외국법원 보전재판의 국내 승인 가부 — 민사소송법 제217조 '확정재판 등'의 범위
AUCTORITAS LAB.
공간 분쟁 연구소. 조국환변호사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의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은 외국 사법기관이 사법상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을 의미한다. 외국법원의 가압류와 같은 잠정적 성격의 보전재판은 종국적 재판이 아니므로 승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 보전재판에 기한 국내 집행은 민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른 승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대법원 2025다211405).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 대상 — '확정재판 등'의 정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을 승인 대상으로 정한다. 대법원은 이 '확정재판 등'의 요건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요건내용
재판 주체재판권을 가지는 외국 사법기관
대상사법상 법률관계
절차 보장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심문 등으로 의견진술 기회 보장
종국성종국적으로 한 재판
이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승인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2다23832, 2023다295978 참조).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이 전형적인 대상이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예: 소송상 화해, 조정)도 포함될 수 있다.
보전재판이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재판은 본안 판결 확정 전에 권리 보전을 위해 잠정적으로 내려지는 재판이다. 본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유지·취소·변경될 수 있어 종국적 확정력이 없다.
민사소송법 제217조가 요구하는 "종국적으로 한 재판"이란 해당 법률관계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의미하므로, 잠정적·임시적 성격의 보전재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보전재판의 내용이나 대상 채권의 규모와 무관하게 재판의 성격 자체에 따른 판단이다.
다만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은 승인 요건(국제관할, 송달, 공서양속, 상호보증)을 갖추면 승인 대상이 된다. 보전재판이라는 유형이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지, "외국 재판은 한국에서 효력이 없다"는 일반론이 아니다.
사안의 적용 — 외국 가압류와 국내 전부명령의 경합
대법원 2025다211405 사건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법원의 가압류 결정과 한국 법원의 전부명령이 동일한 채권에 대해 경합하는 상황이 문제되었다.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5항은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까지 다른 채권자의 압류·가압류 또는 배당요구가 있으면 전부명령의 효력이 제한된다고 정한다. 그런데 외국 가압류가 민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른 승인 대상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효력을 갖지 않으므로, 위 조항의 "다른 채권자의 가압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외국 가압류가 국내 전부명령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했다.
외국 결정의 성격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무에서는 먼저 외국 재판의 명칭보다 효력을 확인해야 한다. 외국 결정문에 '압류', '가압류', '보전명령'이라는 표현이 있더라도, 실제로 본안 권리관계를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본안 전 임시 보전을 위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구분이 잘못되면 국내 전부명령의 효력, 공탁금 배당, 채권 회수 순서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외국 보전재판이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더라도, 해당 국가에서의 본안 소송 진행 여부는 별개로 주시해야 한다. 본안 판결이 확정되면 별도의 승인·집행 절차가 가능하다.
실무적 함의
외국 보전재판의 존재 자체가 채무자의 공탁이나 배당 절차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무자가 외국 가압류를 이유로 공탁을 하거나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국내 전부명령의 효력이 다투어지면서 배당금 수령이 지연될 수 있다. 전부명령을 받은 뒤에는 외국 보전재판의 승인 가부를 조기에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부명령의 효력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은 한국에서 효력이 있는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의 4가지 요건(국제관할, 송달, 공서양속, 상호보증)을 모두 갖추면 승인된다. 승인 요건 충족 시 한국에서 효력이 인정되며, 집행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집행판결을 받아야 한다.
Q. 외국 가처분도 승인 대상이 되지 않는가?
가처분도 가압류와 마찬가지로 잠정적 성격의 보전재판에 해당하므로,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보전재판의 종류를 불문하고 종국적 재판이 아닌 이상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Q. 외국 중재판정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가?
외국 중재판정은 민사소송법 제217조가 아니라 중재법 및 뉴욕협약에 따라 별도의 승인·집행 절차가 적용된다. 외국 재판의 승인과는 법적 근거와 요건이 다르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Q. 외국 보전재판이 국내 배당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외국 보전재판이 민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른 승인 대상이 아닌 이상 국내에서 법적 효력을 갖지 않으므로, 민사집행법상 압류·가압류 경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채무자가 외국 보전재판의 존재를 이유로 공탁을 하는 등 사실상의 영향은 발생할 수 있다.
작성: 조국환 변호사팀 | AUCTORITAS LAB

